“남기는 게 미덕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 있었다. 어느 식당을 가든 인원을 초과해서 주문을 하고 먹지도 않을 반찬을 무작정 마구 퍼 오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음식이 남아버리면 “모자란 거보다 흡족하다”라며 매우 만족스러워하던 그.
그러면서도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에는 자신이 안 해도 누군가 낼 것이라며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먹고 남기는 음식 값만 아껴도 얼마든지 성금 정도는 내고도 남을 텐데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료급식소 운영도 잠정 중단된 곳이 많다. 하루 한 끼 식사를 이곳에 의지하던 사람들은 그저 굶는 신세가 돼버렸지만 전염병의 공포는 이들을 되돌아볼 겨를조차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뉴욕시 브룩클린의 한 주택가 골목에 냉장고가 등장했다. 자물쇠도 채워지지 않은 냉장고는 FREE FOOD(무료음식)라는 글자와 함께 각종 식재료가 담겨있었다.
도시의 빈민층들은 하나 둘 이 냉장고를 찾았고 겨우 헐벗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얼마 후 다른 거리에서도 비슷한 냉장고가 등장했다. 모양만 다를 뿐 FREE FOOD가 적혀있었고 어려운 이웃들은 그 냉장고의 음식들로 겨우 배를 채우며 목숨을 유지했다.
이렇게 생겨난 길거리 음식 냉장고(‘지역사회 냉장고’(Community Fridges))는 브롱크스, 맨해튼 북부 할렘 등으로 퍼져나가며 현재 15개로 늘어났다.
코로나 여파로 일거리는 줄고 무료급식소 등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은 문을 닫으면서 빈곤층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도 따듯한 손길들은 사회 곳곳에 존재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흉악 범죄 소식과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마음이 몹시 지쳐가던 요즘 우연히 접한 길거리 음식 냉장고 소식에 마음 한 곳이 유난히도 뜨겁다.
두근두근. 아직 세상은 밝고 따듯하다.
July 30, 2020 at 08:3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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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런저런] 한 냉장고가 길거리에 있었다 -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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