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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ly 13, 2020

보신탕으로 번역됐던 ‘hot dog’…애정행각 엿보는 일은 ‘dogging’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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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 인문학

콩글리시 인문학용 사진

콩글리시 인문학용 사진

삼복더위가 다가왔다(Dog days are upon us). 개들의 수난이 시작됐다. 서양에서도 복날을 dog days라고 하는 걸 보면 더위와 개는 깊은 연관이 있나 보다. 북반구에서도 7, 8월 가장 더울 때를 복날이라고 하는데, 이는 견성(Dog Star) 시리우스가 이 시기에 하늘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고대 로마인들이 지은 이름이다. 개들도 견디기 어려운 더위라고 해서 dog days라고 부른다는 속설은 근거가 없다. 서양사람들은 복더위에 보신탕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고대로부터 개는 인간의 친구로 사랑을 받아 왔기에 가족의 일원이었지 식품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문명사회 이전에는 서양에서도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은 여기저기 등장한다.
 
‘후앙카족은 특식으로 개를 먹었다(The Huanca tribe loved to eat dog as a special treat). 유럽사람들이 고양이, 개, 비둘기를 먹는다는 보고(Reports from Europe of people eating cats, dogs, pigeons). 떠돌이 개를 잡아먹는 것은 그들에게 별식이었다(It was a real treat for them to catch a stray dog and eat it)’
 
이렇게 역사적 기록은 서양에서도 개를 먹는 풍습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맨 마지막 사례는 2차대전 당시 독일에 억류된 러시아 포로들의 이야기다.
 
hamburger에는 햄이 없고 hot dog에는 개고기가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hot dog의 유래를 보면 개와 무관하지 않다. 1850년대 프랑크푸르트 지역에서는 소시지에 넣는 향신료가 너무 비싸서 소시지를 가늘게 만들었다. 이를 frankfurter, 줄여서 frank라 한다. 프랭크를 길쭉한 빵(bun)에 넣어 갖은 양념(condiments)을 뿌려서 먹는 길거리 음식이 hot dog다. 이 명칭은 날렵하게 생긴 독일의 닥스훈트(dachshund)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문헌에는 개고기를 넣었던 데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다만 소시지를 꼬챙이에 끼워서 겉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것은 핫도그가 아니고 콘도그(corn dog)다.
 
거의 60년 전 일이지만 외신에서 듣도 보도 못한 hot dog를 발견한 우리나라 통신사 기자는 큰 고민에 빠졌다. 뜨거운(hot) 개고기(dog)라, 결국 핫도그는 보신탕으로 번역됐다! 애완견 1200만 마리 시대를 맞았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개 키우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가까운 공원에 가면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예쁘다. 몇 살이지요?” “여자예요? 남자예요?” “얘는 무슨 종이예요?” 말을 걸면 모두 기쁜 마음으로 응답한다. 개 산책을 나왔다가 서로 눈이 맞는 선남선녀들이 있나 보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더-깅(dogging)이다. 이 이야기는 영국 여기자 Helen Russel이 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 그들과 살아본 1년』이란 책 속에 나온다. 아마도 북유럽에는 숲이 많은 탓일까. 1980년대부터 쓰기 시작한 dogging은 공원 숲 등 공공장소에서 드러내놓고 애정행각을 직접 벌이거나 그런 행위를 몰래 엿보는 일 (the practice of watching or engaging in exhibitionist sexual activity in a public place)을 뜻한다. 동사로 dog은 누군가를 바짝 따라다닌다는 의미인데 여기에 ing가 붙어서 재미있는 신어가 탄생했다.
 
뽕도 따고 임도 본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강아지가 소개팅의 주인공이 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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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0, 2020 at 10:2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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