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시아’(Galicia)는 순례길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익숙한 이름이지요. 순례길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품고 있는, 이베리아반도의 북서쪽 모서리에위치해, 대서양과 접하고 있습니다.갈리시아어 리아스(rias)에서 유래한 ‘복잡하고 긴’ 리아스식 해안이 해산물 양식에 유리하며,전통적으로 어업 중심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진 곳이라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지역입니다. 또한 문어, 굴, 거북손 등 갈리시아산 해산물은 스페인 전국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최애’ 스페인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Pulpo a la Gallega’(뿔뽀 아 라 가예가)라고 답하곤 합니다. ‘갈리시아 스타일의 문어’라는 뜻의 이 요리는 간단한 재료만으로도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스페인의 전국구 스타입니다. 삶은 문어와 그 삶은 물에 익힌 감자,그 위에 훈연한 파프리카 가루, 소금, 올리브유를 뿌려서 내는 간단한 레시피인데, 묘한 중독성이 있어 저에게는 주기적으로 꼭 섭취해야 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갈리시아 사람들은 이 메뉴를‘Pulpo a Feira’(뿔뽀 아 페이라) 즉‘시장 스타일의 문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길거리 음식 스타일로 투박하게 내어줍니다. 일반적으로 사진과 같은 나무 그릇이 사용되는데, 삶은 문어의 물기는 흡수되고, 핵심 재료인 올리브유는 보존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껏 가장 맛있게 먹었던 버전은 유명 레스토랑의 그것이 아니고, 길을 잃어 우연히 들르게 된 갈리시아의 어느 작은 마을, 길거리에서 바로 삶아서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주던 노점상의 것이었습니다.
재료가 간단하다 보니, 문어를 부드럽게 잘 삶아내는 것이 이 요리의 핵심인데, 문어를 때려서 부드럽게 하거나 또는 수분이 많은 문어를 얼려 조직을 파괴하는 등 집집마다의 조리법이 있습니다. 문어의 껍질을 지켜내는 것 역시 주요 포인트입니다. 꼭 갈리시아에서는 아닐지라도, 이 메뉴는 가급적이면 문어 전문점인 ‘Pulperia’(뿔뻬리아)에서 드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전문점에서는 문어를 큰 냄비에서 계속 삶아내는데, 그 우러난 육수 맛이 다시 문어에 배어 풍부한 감칠맛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재료
문어 1.5kg 내외, 감자 2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소금, 파프리카 가루
만드는 방법
1.문어는 미리 얼렸다가 해동한 뒤 내장, 입, 눈 등을 제거하고 잘 씻어서 준비한다.
2. 물 약 2.5리터가 끓으면 문어의 머리를 잡고 다리 부분을 끓는 물에 3~4회 천천히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 뒤 약 50분간 삶는다.
(작은 칼이나 쇠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쑥 들어갈 정도면 완성)
3. 문어가 삶아지는 동안 감자를 일정한 두께로 썰어서 물에 담가 놓는다.
4. 문어를 식히는 동안 문어를 삶았던 물에 소금을 넣고 감자를 삶는다.
5. 감자가 익으면, 감자를 깔고 문어를 썰어 올리고, 파프리카 가루, 굵은 소금을 뿌린 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충분히 둘러 마무리한다.
셰프 이상훈은...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맛있는 게 좋아 외식업 마케터로 사회생활을 시작
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맛기행을 다니며 다양한 요리와 식재료를 접하면서, 직접 만든 요리를 다양한 사람들과 나눌 때 가장 행복함을 느껴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특히 신혼여행 중 스페인에서 경험했던 타파스의 매력에 빠져 ‘본토의 맛’ 을 제대로 배우고자 스페인으로 건너와 요리사가 되었다.
인스타그램 @leemakase6979 이메일leemakase6979@naver.com
October 01, 2020 at 03:2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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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국구 문어 요리, Pulpo a la Gallega(뿔뽀 아 라 가예가) -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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