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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구글 검색화면에 등장한 '구글 두들'. 그림 속 여인은 평생을 궁중음식 문화를 연구, 계승했던 '궁중음식 명예기능 보유자' 고 황혜성 선생이다.
7월 5일인 오늘, 구글 홈페이지 로고 부분에 특별한 일러스트가 등장했다. 기념일·행사·업적·인물을 기리기 위해 홈페이지 로고를 일시적으로 바꿔놓는 ‘구글 두들’이다. 쪽진 머리에 책을 보며 다양한 음식을 떠올리는 그림 속 여인은 조선시대 궁중음식 문화를 연구, 계승하는 데 한 평생을 보낸 ‘궁중음식 명예기능보유자’ 고 황혜성(1920~2006) 선생이다.
특별한 기념일, 인물 다룰 때 로고 바꾸는 '구글 두들'
'궁중음식 명예기능 보유자' 고 황혜성 탄생 100주년 기념
'구글 아트 앤 컬처'에선 일대기 다룬 온라인 전시도
"한국 궁중음식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기회 되기를"
오늘은 황혜성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황 선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조선시대 궁중음식 문화를 연구해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로 등재하고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1942년 당시 숙명여자전문학교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선왕조의 마지막 주방 상궁이었던 한희순(1889~1972)으로부터 궁중음식 조리법을 전수받았고, 함께 기억과 구술로만 전해지던 내용들을 정리해 요리책 『이조궁정요리통고』를 편찬했다. 또한 1971년 궁중음식연구원을 설립해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한국 요리 백과사전』(1976), 『한국의 식』(1987), 『한국의 전통 음식』(1989), 『조선왕조 궁중 음식』(1993)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1957년 출판된 요리책 '이조궁정요리통고'. 한희순, 황혜성, 이혜정 공저.
'구글 아트 앤 컬처'에서 황혜성을 검색하면 그의 일대기를 정리한 온라인 전시를 볼 수 있다.
황혜성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온라인 전시도 ‘구글 아트 앤 컬처’를 통해 오늘 공개됐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전 세계 문화기관과의 파트너 십을 통해 문화유산, 예술작품, 기록, 유적지 등을 전시하는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으로 매년 전 세계 66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 글로벌 프로그램 매니저인 지몬 레인은 “외국 사례에서도 음식 분야를 구글 두들로 기념한 경우로 ‘프랑스 전통 빵 공인 22주년’과 ‘팔라펠 기념’이 떠오르지만 이 역시 인물을 위주로 다룬 것은 아니어서 이번 황혜성 선생의 두들은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국내 구들 두들 사례를 살펴봐도 박경리 탄생 89주년, 박완서 탄생 80주년, 신사임당 510주년, 여성탐험가 지현옥 56번째 생일 등이 소개됐지만 음식 분야의 인물과 업적을 주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몬 레인은 “올해가 황혜성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걸 알고 선생이 특별한 소명을 갖고 전 생애를 바쳤던 한국 궁중음식 분야를 전 세계와 공유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통해 선생의 생애 중요한 순간들과 업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말했다.
황혜성 선생(가장 왼쪽의 젊은 여성)과 마지막 왕족을 모신 한희순, 박창복, 김명길, 성옥염 주방 상궁들
조선왕조의 마지막 주방상궁이었던 한희순 상궁의 50세 때 관례복(1939년)
‘황혜성: 평생을 바쳐 궁중음식을 되살려내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구글 아트 앤 컬처 온라인 전시는 황 선생의 탄생과 유년기 시절, 수랏간 상궁들과의 만남, 궁중 음식 요리책의 편찬 과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130여 점의 주요 사진 및 아카이브 자료들이 공개됐는데 1971년 국가 무형문화재 지정 이후 열린 제1회 궁중음식발표회 및 리플릿, 친필 원고, 그리고 조선 22대 왕인 정조가 남긴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의 기록을 토대로 재연한 궁중 음식들을 볼 수 있다.
황혜성 선생의 큰딸이자 3대 '궁중음식 기능 보유자'인 한복려 궁중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황혜성 선생의 큰딸이자 제3대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보유자’인 한복려(73) 궁중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가 전 세계 온라인 방문자들을 통해 한국의 궁중음식문화 역사를 소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께 30년간 궁중음식을 전수받은 한 이사장은 2004년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여러 궁중음식을 재연한 바 있다.
한 이사장은 궁중음식의 가치에 대해 묻자 “법도와 절제, 배려가 있는 음식”이라고 답했다. “왕과 왕족이라는 어른을 공경하기 위해 법도를 지켜 절제해서 만든 음식이자, 왕이 신하들에게 베풀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했던 음식들”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가 남긴 '원행을묘정리의궤'(1795)에 기록된 혜경궁 홍씨의 회갑상 재연.
“궁에서 열린 잔칫날 차려진 음식을 궁 밖으로 싸갖고 나갈 수 있었다는 기록이 많다. 또 전국에서 임금을 위해 최상의 식재료들이 진상됐다는 기록도 있지만 반대로 왕이 이덕무, 윤선도 등 신하들에게 보낸 하사품으로서의 음식 기록도 남아 있다. 그걸 먹어보고 따라 해봤다는 반가의 요리책이 많아서 궁중음식 공부를 할 때는 민간의 기록들도 꼼꼼히 살펴보게 된다. 즉, 궁중음식은 제대로 된 음식을 제대로 먹이기 위해 연구했던 한식문화의 소중한 기록이자 기본이다.”
그는 한편으로 “음식은 건강을 잘 고려해 제대로 먹고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사회가 바뀌면서 음식을 자극적인 맛과 혀의 반응으로만 판단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어느 연예인이 만든 음식이 유행이 되고, 그게 한식의 기본인 것처럼 여기는 풍조가 아쉽다”고 전했다.
1957년 출판한 책 '이조궁정요리통고' 속 여러 가지 궁중 음식을 재연한 사진들.
“궁중음식은 그 나라의 음식 문화수준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소개돼야 할 부분인데, 요즘 한식은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먹는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이 전부인 것처럼 다뤄져 안타깝다. 이번 구글 두들과 온라인 전시를 통해 점잖게 제대로 갖춰 먹었던 궁중음식의 법도와 가치를 알리고 우리 식문화가 이렇게 훌륭했구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어머니와의 추억 한 자락을 물으니 한 이사장은 병원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황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기력과 기억이 점점 쇠퇴했다고 한다. 그게 안타까웠던 큰 딸이 어느 날 침대에 누운 어머니께 말을 건넸다.
“어머니, 지금 손님들이 오신다는데 뭘 해서 대접할까요?” “잡채 해야지.” “잡채에 들어가는 고기랑 채소랑 다 준비됐는데 뭐부터 할까요?” “고기를 썰어서 양념을 해야지. 그런데 잡채는 당면 많이 쓰면 안 된다.”
원래 궁중음식에서 잡채는 당면을 쓰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채소만을 이용한다. 현대에 와서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게 당면을 쓰긴 하지만 아주 소량을 넣는 게 기본인 걸 흐려져 가는 기억 속에서도 황 선생은 잊지 않았던 것.
황혜성 선생과 세 딸. 한복려(가운데), 복선(오른쪽), 복진(왼쪽). 세 딸은 모두 어머니께 궁중음식을 배운 후 한식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어머니 황혜성 선생이 고서의 한문을 한글로 정리했다면, 한 이사장은 현재 고서의 요리들을 레시피대로 재연해 사진을 찍는 등 좀 더 구체적인 시각 기록을 남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출발점이 조금은 쉽고 빠를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는 게 저의 역할인 것 같아요.”
2018년 문화재청 승인을 받아 공익재단법인으로 출범한 ‘궁중음식문화재단’에선 가치 있는 미래유산으로서 궁중음식 문화의 토대를 정립하고 오늘의 식문화에 맞게 보급하고 연구,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문화재단 소개 책자에는 ‘지키다, 잇다, 연구하다, 토론하다, 넓히다, 펼치다, 교류하다’ 등의 소제목이 적혀 있다. 맨 마지막 제목은 ‘돕다’이다. 후원과 기부에 관한 내용이다. 미래유산을 지키는 데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재단에서 주최하는 궁중문화 행사 참여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궁중음식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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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5, 2020 at 07: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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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첫 화면에 뜬 그녀, 궁중음식 대가 황혜성이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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