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선 싱싱한 제주산 해산물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제주에 여행을 왔다고 해서 매끼 식사를 식당에서만 해결할 필요는 없다.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제철 회 한 접시를 포장해 인근 포구에서 바닷바람과 함께 즐기거나 숙소에서 간단한 조리를 거쳐 근사한 한 끼 식사를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 제주시에선 ‘동문재래시장’(제주 제주시 관덕로14길 20), 서귀포시에선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제주 서귀포시 중앙로62번길 18)이 바로 그곳이다. 두 시장 모두 수산물을 주로 취급하는데, 여름철에는 저녁 9시까지 운영한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 위치한 ‘황금어장’은 관광객보다 도민들이 많이 찾는 횟집인데, 안쪽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지만, 해산물을 포장해 가기 더 좋은 곳이다. 황금어장의 주인 원현정(41)씨의 부모님은 서귀포시 대포항 인근에서 20년 넘게 횟집을 운영했다. 원씨도 젊을 때부터 부모님을 도우며 횟감을 만져왔다고 했다. 남편 고상구(44)씨는 서귀포 일대에서 물차 사업을 했다. 물차를 몰고 바닷물을 떠 횟집이나 낚시방 등에 생선을 공급하며 자연스럽게 지역의 해산물 유통구조에 눈을 떴고, 2017년부터 부부가 함께 현재의 자리에 횟집을 개업해 장사를 하고 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안의 ‘황금어장’ 주인 원현정씨가 제주산 부채새우를 들고 웃고 있다.
여름철에 도민들은 각종 돔류보다 제철을 맞은 쥐치(객주리)를 많이 먹는다. 생선살이 뽀얀 쥐치는 조림으로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회를 떠도 좋고, 잔뼈가 씹히는 세고시(세꼬시)도 매력이 넘친다. 살보다 더 맛있는 쥐치의 생간은 먹어본 사람만 아는 별미다. 쥐치 간은 반드시 기름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 쥐치 회는 1㎏에 4만원, 한치 3만5000원, 벤자리 5만원대다. 자연산 돌돔도 1㎏에 10만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의 ‘싱싱한제주씨’는 숙성 광어 요리로 유명하다.
황금어장 인근에는 숙성 광어요리를 취급하는 ‘싱싱한제주씨’가 있다. 제주는 사실 국내 양식광어 유통량의 60%, 해외 수출물량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광어 천국’이다. 수온 등의 조건이 광어 양식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돼지고기 수육을 터프하게 도마에 툭툭 썰어내는 음식을 돔베(도마)고기라고 하는데, 싱싱한제주씨는 도마 위에 생선회를 올린 ‘돔베광어’를 판매한다. 적절한 숙성 과정을 거쳐 감칠맛이 터지는 광어회 소자가 2만5000원, 대자가 4만6000원이다. 숙성광어를 이용한 피시앤칩스나 ‘광어탕수’ 등의 메뉴도 인기가 많다. 가게 바로 앞의 수제맥주 전문점 ‘제주약수터’에서 ‘제주펠롱에일’이나 ‘곶자왈아이피에이(IPA)’ 등 독특한 수제맥주 한 잔을 사다 싱싱한제주씨 들머리 벤치에서 광어회와 함께 즐기다 보면 여름철 무더위도 안녕이다. 10여종의 수제 맥주는 한 잔에 7000원, 6종 샘플러는 2만8000원이다. 싱싱한제주씨는 오후 4시부터, 제주약수터는 오후 5시(주말은 오후 3시)부터 영업한다.
제주 동문재래시장은 서귀포 매일올레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큰 수산물 전문시장이다. 회를 포장하는 수산물 코너에선 제철을 맞은 한치가 그득한데, 통상 한치 생산량이 산남(한라산 이남)인 서귀포 지역보다 제주시 앞바다에서 월등히 많다고 한다. 특히 동문시장에서는 대형 돔류의 회를 뜨고 남은 서더리(머리와 뼈)를 따로 파는 경우가 많은데, 60㎝가 넘는 큰 참돔의 서더리를 단돈 1만5000원~2만원에 구할 수 있다. 커다란 광어의 뼈와 머리를 3000원에 팔고 있는 곳도 있다. 숙소에서 간단한 조리가 가능하다면, 소금과 다진 마늘, 무, 파만 넣고 맑은 국(지리)을 끓여내면 해장을 겸한 근사한 아침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탕거리라도 눈동자가 또렷한 싱싱한 물건이 좋다고 상인들은 귀띔한다.
동문재래시장에서는 회를 뜨고 난 생선의 머리와 뼈 등 탕거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제철을 맞은 제주산 갈치도 한창이다. 갈치는 체고(생선 몸통의 높이)를 기준으로 상품 여부를 판단하는데, 손가락 4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4지)는 되어야 먹을 만하고 손가락 5개(5지)부터는 최상품으로 친다. 5지 이상 갈치는 낚시꾼이나 어민들 속어로 ‘드래곤’이라고도 한다. 동문시장에서는 5지 갈치 세 마리를 10만원, 4지 갈치 5~6마리는 5만원대에 판매하는데 소정의 택배비를 부담하면 곧바로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 내 냉장 포장 및 배송까지 해준다. 육지에 있는 지인이나 집으로 우편 배송하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그물로 잡는 육지의 먹갈치와 달리 어선에서 낚시로 잡는 제주산 은갈치는 잡히는 과정에 상처를 입지 않은 경우가 많아 특유의 빛깔을 뽐내며 맛도 좋다. 도내 갈치 전문점에서 통갈치구이 한 마리에 7~8만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파는 갈치가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바로 손질한 뒤 냉장 포장해 배송까지 하는 제주산 생갈치.
동문재래시장에서는 8번 게이트 일대에서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 열리는 ‘동문 야시장’을 꼭 들러보자. 2018년 3월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동문 야시장은 지역경제 및 전통시장 활성화, 청년 일자리 확충 등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매일 5000여명, 주말에는 1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명성을 얻고 있다.
한치가 여름이 제철이다. 동문재래시장에서 활한치를 보통 1㎏당 3만5000원선에 판다.
푸드 트럭 형태의 길거리 음식점 32곳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제주의 맛과 멋을 품은 독특한 먹거리들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모든 음식은 한 접시에 5000원~9000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한치 버터구이나 딱새우구이부터 전복 김밥과 흑돼지 오겹말이, 닭강정, 낙엽살 스테이크와 파스타까지 없는 게 없다. 지난 10일 밤 찾은 동문 야시장에서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길거리 음식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대기선 밖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흥겨운 분위기만큼은 ‘코로나19’ 이전이나 다를 게 없었다. 주위 벤치에서 그대로 즐겨도 좋겠지만, 음식들을 포장하고 차로 10분 거리인 탑동 방파제에 모여 앉아 맥주 한잔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제주/글·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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